“70세에 처음 영상통화를 해보고 울컥했던 날”
나이 칠십에 처음 영상통화를 시도하게 된 이유
나는 칠십 평생 동안 아날로그적인 삶에 익숙하게 살아왔다. 젊은 시절에는 직접 편지를 쓰고, 누군가를 만나야 마음을 전할 수 있었고, 전화기는 그저 목소리만 오가는 단순한 기계였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었을 때도 나는 여전히 그 변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변에서 영상통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내 나이에 무슨 영상통화냐”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손주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손주가 점점 커가니 바쁜 일정 때문에 예전처럼 자주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졌고, 나는 건강 문제로 장거리를 오가는 일이 힘들어졌다.
앨범 속 사진으로만 보는 손주의 모습은 늘 사랑스럽지만, 그 웃음은 정지된 순간일 뿐 살아 있는 표정을 대신할 수 없었다. 며느리가 “아버님, 영상통화를 해보세요. 언제든 손주 얼굴을 실시간으로 보실 수 있어요.”라고 말했을 때도 나는 괜히 두려워서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손주가 어느 날 환하게 웃으며 “할아버지, 저랑 영상통화해요!”라고 말하자 내 마음이 흔들렸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보다 손주를 향한 그리움이 더 크게 다가왔고, 결국 나는 용기를 내어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배우기 시작했다.
첫 영상통화에서 마주한 낯섦과 진한 감정
나는 영상통화를 처음 시도하는 순간 낯선 기계 앞에서 긴장한 학생처럼 서툴렀다. 작은 화면 속 아이콘 하나를 누르는 일도 어렵게 느껴졌고, 잘못 눌러 엉뚱한 화면이 나오자 당황해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며느리가 옆에서 “천천히 하시면 돼요.”라고 차분히 알려주었지만, 내 심장은 두근거리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 그러던 중 갑자기 화면이 환하게 켜지며 손주의 얼굴이 또렷하게 나타났다. 그 순간 나는 숨이 막히는 듯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 모습과는 달리 손주의 눈빛은 살아 움직였고, 작은 입술이 열리며 “할아버지!”라는 반가운 외침이 들려왔다. 나는 울컥하는 감정에 목이 메어 말문이 막혔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얼굴이 눈앞에서 웃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벅차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화면 속 손주는 장난스럽게 카메라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재잘거렸고, 나는 웃음과 눈물이 뒤섞여 “우리 손주 많이 컸네, 잘 지냈니?”라고 겨우 물었다. 기술이라는 것이 단순히 편리한 도구라 여겼는데, 그 순간만큼은 가족을 내 곁으로 데려오는 기적과도 같았다. 늦은 나이에 처음 경험한 영상통화는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영상통화가 내 삶에 가져온 작은 기적 같은 변화
첫 영상통화 이후 내 생활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손주가 보고 싶을 때는 더 이상 기다림 속에서 답답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버튼 하나로 손주의 얼굴과 목소리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하루가 훨씬 즐거워졌다. 손주는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그림을 완성했다며 자랑스럽게 화면에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화면 캡처 기능까지 배워서 추억을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스마트폰 기능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기록하게 해주는 도구로 변했다. 아들은 내가 적극적으로 배우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했고, 며느리는 “아버님이 이렇게 자주 영상통화를 하시다니 놀라워요.”라며 웃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속에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구나’, ‘나이 들어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은 노년의 삶을 환하게 비추는 등불이 되었다. 세대 간의 대화는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손주와의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영상통화는 단순히 편리한 기술이 아니라, 나의 하루를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기적이었다.
늦게 배운 영상통화가 내게 남긴 삶의 깨달음
나는 칠십에 처음 영상통화를 경험했지만,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동안 기술은 나에게 두렵고 어려운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따뜻한 다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배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용기야말로 노년을 젊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상통화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마음을 이어주는 창이자 가족과 함께 살아감을 실감하게 하는 매개체였다. 첫 영상통화에서 손주가 환하게 웃으며 불러주던 “할아버지!”라는 외침은 내 가슴 속 깊은 곳을 울렸고, 그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는 앞으로도 영상통화를 통해 손주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더 많은 웃음을 나누고 싶다. 또한 내 또래 친구들에게도 꼭 전하고 싶다. “겁내지 말고 한 번 시도해보라. 늦은 나이라도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쁨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기술은 결코 우리를 멀어지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더 가깝게 이어주는 다리다. 나는 이제 노년을 두려움 속에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며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울컥했던 그날의 감정은 내 노년의 삶에 새로운 빛을 밝혀주었고, 앞으로도 나는 그 빛을 따라 사랑과 웃음을 이어갈 것이다.